잃다

활자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꿈틀거리는 글씨를 만들어내면서 하루를 보냈다.
자리 때문에 생판 모르는 사람들끼리 욕설을 내뱉던 버스를 타고, 피곤과 두려움에 지쳐 꾸벅꾸벅 졸았다.
집의 대문을 여니, 문 바로 옆의 긴 소파 위에 엄마랑 아빠가 앉아있다. 저 소파에 두 사람이 같이 앉은 적은 이미 오래라,
좋지 않은 대화임을 눈치채고는 불안감에 '일찍 왔냐'는 엄마의 말에도 대답하지 못했다.
슬쩍 귀를 기울이니, 엄마의 목소리가 말하는 그놈의 돈이, 돈이, 돈이…
그래서 나는 내 손이 잡힌 빚을 생각하고 앞으로 내 목을 잡을 이자를 생각하며
금빛 쿠션이 어울리지 않게 금이 부족한 이야기를 하는 그 목소리에서 도망쳐
가장 먼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. 목소리는 저 멀리 물러나는데,
또 다른 무감각한 목소리가 방 문을 두드렸다. 남자아이를 찾습니다. 초록색 상의에 모자를 쓴 4살 가량의 아이를 XX초등학교 앞에서 보신 분은 관리실로 연락해 주십시오.
그 목소리가 멈추니 원래 물러난 목소리가 아까와는 달리 방문을 두드린다. 높아지는 언성. 섞이는 고음과 저음.
목소리를 덮으려 음악을 틀고 E-mail함을 열었다. 가장 마지막에 온 서점 홈쇼핑 광고 제목이 목을 죄었다.
당신은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.‏

오늘도 잃었다

by JinAqua | 2008/10/20 20:58 | 글쟁이동맹 | 트랙백 | 덧글(8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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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a2097 at 2008/10/20 22:11
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...
역시 금인가요;
Commented by JinAqua at 2008/10/20 22:34
아니 [..] 金=돈이잖아. 돈의 의미로 쓴거야.
Commented by a2097 at 2008/10/20 22:35
....설마 그걸 모르겠습니까; orz
Commented by JinAqua at 2008/10/20 22:58
상황은 아무래도 상관없어.
이 일 이전에도 돈은 부족했다고 [..]
Commented by トンヒdonghee at 2008/10/21 18:20
맘아프네요 ㅠㅠ 먼가.. 찌잉- 링크데려갈게요.
Commented by JinAqua at 2008/10/21 19:26
링크 추가 감사드립니다 'ㅂ'
Commented at 2008/10/23 18:19
비공개 덧글입니다.
Commented by JinAqua at 2008/10/23 20:28
네- 시험기간인데 바빠서 ㅠ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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